현대적인 아날로그의 멋을 담아내다
자그마한 크기에 듀랄루민 케이스에 헤어라인 처리가 아주 일품이다. 클리어오디오 포노는 PP-1을 비롯해서 보는 즐거움을 준다. 전원을 넣으면 표면 처리가 잘된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어울릴 만한 크기의 본체의 전면에 있는 청색의 작은 LED에 불이 들어온다.
랙에 별도 공간을 마련할 필요 없이 앰프 옆이나 위에 두면 잘 어울릴 것이다. 작고 앙증맞은 크기의 본체 외에 별도의 전원부를 갖추고 있다. 험에 대한 대책으로 별도의 전원부에서 25V 양파의 직류 전기를 본체에 공급하는 구조이다. 본체 크기를 감안하면 생각보다 큰 전원 트랜스가 전원부 내부에 자리를 잡고 있다. PP-1에서처럼 주파수가 독일의 50Hz에서 한국의 60Hz로 되면서 전원 트랜스를 통과한 전압이 높아지는 문제가 있는지 우선 확인을 해야 했다. 전원부를 보니 230V 50Hz로 되어 있다. 필자의 집 전압은 215V이어서인지 본체에 공급되는 직류 전압은 양파 23V가 나왔다. 220V를 기준으로 본다면 정확하게 25V 양파가 나오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60Hz를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해서 230V용 트랜스를 채용한 듯하다. 일단 본체에 공급되는 전압이 높아서 생길 수 있는 문제는 없는 셈이다.
20Hz 이하의 주파수를 감쇄하는 서브소닉 필터 기능도 기본적으로 내장되어 있다. 20Hz부터 6dB/oct의 감쇄로 저역 주파수를 감쇄하도록 설계되었다. 베이식의 사용자가 아날로그 초보자임을 감안한 배려인 듯하다. 밑면에 MM과 MC를 선택할 수 있는 푸시 스위치가 있다. 스위치 옆에 나사를 열면 외부 케이스와 내부 기판이 앞쪽으로 빠지게 되어 있다. 분해해 보면 ‘ㅁ’자 모양의 케이스는 표면 가공이 아주 뛰어난 반면, 보이지 않는 부분의 가공은 정밀도가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다시 조립하고 보면 감쪽 같이 미흡한 가공이 된 부분은 가려 보이지 않는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마감을 해내는 제작상의 노하우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내부 구성은 단순하며, IC 칩으로 증폭하는 구조이다. 게인은 MM이 40dB에 47㏀이고 MC는 60dB에 800Ω으로 되어 있다. 0.3mV의 저출력 저임피던스 카트리지를 사용하기에는 MC 게인이 다소 부족하고 임피던스도 약간 높은 편이다. 이 점도 입문자가 주로 사용할 MC 카트리지가 중출력에 중임피던스일 것이라는 사실을 고려한 설계로 보인다. 실제로 이 가격대의 포노 앰프를 사용하면서 평균 백만원을 넘는 저출력 카트리지를 사용한다는 것을 상상하기는 다소 어렵다고 생각해서 설정한 것일 것이다.
시청은 여타 기기들과 공평하게 비교하기 위해 승압 트랜스를 거친 후 MM단을 위주로 시청했다. 첫 인상은 고역의 뻗침이 좋고 화려한 인상을 주었다. 자연스럽다기보다는 해상력과 고역의 에너지감을 강조하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저역은 체급이 체급이다 보니 비교 기기들에 비해서 양이 약간 부족했다. 양은 적지만 단정하고 깔끔해서 양에 대한 아쉬움을 상쇄할 수 있었다. 상급기인 PP-1과 비교를 한다면 전체적인 대역 밸런스가 약간 고역 쪽으로 치우친 점은 비슷한데 고역의 품질에서 차이가 조금 있었다. PP-1이 가늘면서도 예리하게 쭈욱 뻗어 올라가는 스타일이라면 베이식은 예리함이 덜하면서 약간의 거친 면이 느껴진다. PP-1이 면도날 같다면 베이식은 질 좋은 과도 같은 느낌이다. 둘 다 같은 칼이지만 손에 느껴지는 촉감은 다르다.
가격대가 입문용인 만큼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지만 고역에서의 밝은 에너지감은 조금 아쉽다. 물론 취향에 따라서 좋게 들을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예전에 비해서 요즘의 아날로그 추세가 디지털의 해상력과 에너지감을 따라가는 것이 필자의 기호와는 맞지 않는다. 베이식은 이러한 현대적인 아날로그 추세의 연장선에 부합하는 포노 앰프라고 생각된다. 해상력 있는 아날로그 사운드를 찾는 입문자라면 한번 고려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포노 앰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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